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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가설, 주디스 리치 해리스 / 1. 양육은 환경과 같은 말이 아니다.

by 지방지박령 2021.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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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양육은 환경과 같은 말이 아니다

이전까지 사람들이 "유전과 환경 heredity and environment"이라고 부르던 것을 요즘에는 흔히들 "본성과 양육 nature and nurture"이라는 말로 부르곤 한다. 이는 본래 용어가 가진 힘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며, 본성과 양육에 따라 모든 것이 정해지고 변한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게 만든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라는 것은 결국 본성과 양육이 우리 자신을 만들었고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어떤 인간이 될지 결정할 수 있는 모든 연구의 전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태 우리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명확한 부분은 아이들의 본성(다시 말해, 유전적 요인)과 양육 환경(아이를 키우는 방식), 이 두 가지의 조합이다.
앞으로 작가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양육"에 대해서지 "환경"에 대해서가 아니다. 작가도 환경은 유전적인 요인과 마찬가지로 중요하게 작용하며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어떤 경험을 하는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과연 "양육"이 "환경"과 같은 단어인가 하는 점에서 작가는 의문을 표한다.

(양육의 어원은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기르다 nourish, 돌보다 nurse와 동일하다.) 이러한 양육을 환경과 동의어로 사용하는 것은 아이의 발달에 있어 유전적 요인을 제외한다면 부모가 아이들을 기르는 방식이 아이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가정에 기초한 것이다. (작가는 이것을 "양육가설"이라고 부른다.)

양육가설은 그 스스로가 별다른 증거를 필요로 하지 않는 이론이기 때문에 잘못되었음을 증명하기가 매우 어렵다.

[작가의 할 일]
1. 양육가설이 단지 가설일 뿐임을 밝히는 것
2. 양육가설이 얼마나 근거가 불분명한 이론인지를 확신시키는 것
3. 양육가설을 대신할 새로운 것을 제시하는 것

A. 정말 의심의 여지가 없을까

우리는 실제로 부모가 자기 자식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ex. 가정폭력 속에서 자란 아이, 소심한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 수전 포워드 박사는 자신의 책 "유해한 부모 toxic parents"에서 부모가 자기 자녀들에게 미치는 피해를 목격한 것에 대해 말하고 있다. 수전 포워드가 만난 환자들은 모두 심리학적으로 문제가 있었으며, 그 원인은 모두 환자의 부모에게 있었다.
힐러리 클린턴이 쓴 책 "집 밖에서 더 잘 크는 아이들 It Takes a Village"에서도 부모가 애정과 책임감을 갖고 자녀들은 부모와 안정적인 애착관계를 유지하며 자신감 있고 상냥한 아이로 자란다고 설명한다.
위와 같은 명제들은 허황된 것은 아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관찰 결과가 많이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는 양육가설을 뒷받침하기 위해 발달심리학자들이 제시하는 수많은 증거들은 사실 전혀 다른 것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B. 양육가설에서의 유전과 환경

양육가설의 진정한 창조주를 꼽자면 지그문트 프로이트 Sigmund Freud다. 프로이트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통해서 부모 두 사람의 성sex 그 존재 자체로도 아이들은 말할 수 없는 갈등을 경험한다고 설명한다. 이에 반대하는 여러 학자들도 프로이트 이론의 성이나 공격성, 이드, 초자아, 의식 등 거의 모든 것에 반대했지만, 그들 역시 부모가 엮여 유년기 경험이 인간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프로이트의 기본 가정을 배제할 순 없었다. 이는 성적인 대상으로 작용하지 않을 뿐 부모는 여전히 주연인 것이다.
존 왓슨 John B. Watson은 실생활에서 부모가 자녀의 행동에 대해 조건화하는 방식이 전혀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발견했고 부모가 이런 과제를 잘 수행할 방법을 제안했다. 왓슨의 제안에는 잘 통제된 실험 조건에서 열두 명의 아이들을 키우는 일이 포함되어 있다. 왓슨의 책 "심리학적 아이 양육 Psychological Care of Infant and Child"에서 왓슨은 어떻게 하면 아이를 "망치지 않고" 기를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용감하고 자립심이 강한 아이로 기를 수 있는지에 대해 부모들에게 온갖 조언을 해 놓았다. 하지만 이러한 조언들에는 의사나 변호사가 되기 위해 필요할 법한 지능지수IQ를 20점가량 높이는 방법 같은 건 언급되지 않았다.
추가로 B. F. 스키너 Skinner 박사는 강화라는 개념을 제시하는데, 이는 바람직한 행동에 가까워지면 강화를 제공하여 아이의 반응을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이러한 연구들은 아마도 아이는 무엇이든 될 수 있으며 아이의 운명을 결정짓는 것은 재능이나 기질과 같은 선천적인 요인이 아니라 환경이라는 행동주의 심리학에 대한 신뢰를 다소 극단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이었을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C. 학문으로서의 아동 연구

발달심리학이 현재와 같은 양상을 보이게 된 것은 1950년대부터였다. 연구자들은 같은 나이의 아이들이 보이는 공통점을 설명하려는 노력을 포기하고 아이들 간의 차이를 발견하는 쪽으로 연구 방향을 돌리기 시작했다. 오늘날까지도 보상과 체벌이라는 전제하에 아이의 성격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한 연구들은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프로이트 이론에 대한 노골적인 인용은 줄었지만, 아이의 행동에 대한 보상과 처벌을 통해 부모가 아이의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는 행동주의 학자들의 믿음과 부모가 아이를 얼마든지 망쳐버릴 수도 있으며 실제로도 많은 경우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하는 프로이트주의자들의 믿음, 이 두가지만큼은 여전하다.
이처럼 부모가 아이의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매우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이후 세대 연구자들의 목표는 부모가 자녀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밝히는 것이 되었다.

D. 야생의 아이가 훌륭한 시민으로

사회화socialization란 야생 상태의 아기가 길들여진 존재가 되고 자신이 자라난 사회의 일원으로서 자기의 위치를 찾아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사회화된 개인은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이 사용하는 언어로 말하고 받아들여질 만한 행동을 하며 필요한 삶의 기술을 취하고 사회적 통념을 받아들인다. 양육가설에 따르면 이러한 사회화는 부모가 자녀에게 행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1950년대에 인기를 끌었던 책을 저술한 아동심리학자 셀마 프레이버그 Selma Fraiberg는 사회화에 관한 프로이트의 이론을 받아들였다. 그는 다음 일화에서 어떤 행동을 하면 안 되는지 배웠는데도 자꾸 그 행동을 반복하는, 인격 형성이 불완전한 시기의 어린아이가 하는 행동을 묘사하고 있다.

생후 30개월 된 줄리아는 엄마가 통화를 하는 사이 부엌에 혼자 남아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식탁 위에 달걀이 담긴 그릇이 놓여 있고 줄리아는 스크램블 에그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기 시작한다.・・・ 줄리아의 엄마가 부엌에 돌아와 보니 줄리아는 열심히 달걀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하나 떨어뜨릴 때마다 자기 자신을 호되게 야단치고 있었다. "안 돼! 안 돼! 그렇게 하면 안 돼!" 라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이가 부모의 행동을 모방함으로써 올바르게 행동하는 법을 배우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아이가 관찰하는 부모의 행동, 곧 방을 어지럽히고, 주위 사람에게 참견하고, 운전하고, 성냥에 불을 붙이고, 여기저기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등 수많은 행동은 대부분 아이들에게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관점에서 보면, 유년기의 사회화는 대체로 부모처럼 해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우는 과정이다.
여기까지 읽은 후의 나의 생각은 양육가설이 이루고 있는 특징들이 아이들의 사회화와는 무관하게 연구되고 있다는 것이다. 양육을 통한 사회화를 본다면 결과적으로 어른들에게 허용되는 행동과 아이들에게 허용되는 행동 사이의 구별은 다르게 작동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저마다 각자의 집단에서 스스로 사회화를 체득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굳이 어른들을 통해서 사회가 요구하는 규범을 체득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흔히 우리 주변에 아이들을 통해서 새롭게 생겨나는 신조어나 유행어가 그 적절한 예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화를 표현하는 손동작의 차이에서도 볼 수 있지 않은가)
양육가설에 의하면 아이들에게 언어를 포함해 문화적인 지식을 자녀에게 전수하고 남은 생애를 사회의 부족함 없는 구성원으로 살아갈 준비를 시키는 사람은 부모이다. 물론 모든 사회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들, 사회마다 그 나름의 원칙들에 대해서는 성인 양육자에게 완전히 의존하여 자연스럽게 얻어져야 하는 것들이 있다. 이는 양육자가 아이에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틀림없는 사실이다. 아주 초창기의 아이가 사용하는 언어, 인관관계 형성과 그 유지에 관한 내용들은 양육자를 통해서 배우지만 아이가 어린 시절에 배운 사회규범과 방식들이 성인이 된 후에도 유지되지 않고, 삶 전체를 규정짓지 않는다. 아이들이 집안에서 학습한 내용들은 집을 나서는 순간 쉽게 버려질 수도 있는 것이라는걸 우리는 새롭게 인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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