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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이슈] 개인적인 생각

내가 반지하에 살 수 있는 이유

by 지방지박령 2022.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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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내가 반지하에 산지 벌써 5년이 되어 간다. 이 반지하에서 느껴지는 꿉꿉한 냄새도 이젠 적응이 되어가는 듯 하다. 나름 5년동안 반지하에 살면서 익숙해 진 것들이 많다. 뒤돌면 생겨있는 화장실의 곰팡이, 바닥을 밝을 때 느껴지는 습함, 꿉굽한 반지하 냄새, 매일 마주보는 벌레들, 잘 마르지 않는 빨래 등등 처음에는 절대 적응하지 못할 것 같던 것들이 이제는 불편하지 않다. 더 이상 반지하에 사는 것에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

 

어느날 자취방에 놀러온 여자인 친구들의 말들이 생각이 난다.

 

"이런 곳은 나는 못살거 같다"

 

"집에 오는 길이 너무 무섭더라"

 

"나 같으면 월세를 더 주고 좋은 집에 들어갈 것 같다"

 

처음 이들이 나에게 말하는 것들이 비난처럼 들렸다. 반지하에 산다는 것으로 나에 대한 모든 평가가 정해지는 듯이 느껴졌던 것 같다. 영화 '기생충'에서 반지하 냄새는 반지하를 떠나지 않는다면 사라지지 않는 다는 말이 있다. 아마 그런 상황과 나를 겹쳐서 보았기 때문에 기분이 안좋았던 것 같다.

 

사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나에게 했던 말들은 비난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비난일 수 있지만, 이들이 말하는 내용에는 평소 남자로서 느끼지 못했던 요소들이 숨어 있다고 느낀다. 내가 내 여자인 친구보다 용감해서 이 가로등도 안켜지는 골목이 반지하에 살 수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내 여자인 친구가 나보다 돈이 더 많기 때문에 월세를 더 주고 좋은 집으로 들어가는 것인가? 

 

물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관점을 조금 넓게 보면 성별에 따라 누릴 수 있는 공간이 제한적일 수 있고 광범위 할 수 있다는 것을 내포한다고 생각한다.

 

'안전'이라는 문제만 봐도 남자들은 자취방을 구할 때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

 

비교적 안전과 멀리 있을 수록 월세방의 가격은 많이 떨어진다.

 

여성들은 이러한 '안전'을 고려하지 않고 더욱 저렴한 월세를 구할 수 있을까?

 

남자인 나는 '안전'에 대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던가?

 

월세를 10만원만 더 높여도 지금보다 훨씬 안전한 방으로 갈 수 있다. 하지만 학생인 내가 월세를 혼자 부담하기에 10만원의 차이는 매우 컸기 때문에 반지하를 선택했다.

 

돈을 더 줘서라도 좋은 방으로 가겠다던 친구는 나보다 경제적 사정이 좋았을까? 그건 아니다. 그 친구도 자취를 하지만, 혼자 알바해서 월세와 생활비를 내고 있다. 다들 알겠지만 학생이 알바를 통해서 벌 수 있는 돈은 그렇게 많지 않다.

 

내 친구의 사정은 그렇다 치고 대학을 다니기 위해 자취방을 구해야 하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여성들은 그럼 어떻게 되는가? 그들의 안전은 보장이 되는가?

 

그들의 안전은 왜 위협 받는다고 느끼는가?

 

도린 매시에 의하면 여성의 이동성은 '자본'에 의해서가 아니라 남성에 의해 더욱 제약된다고 한다.

가령 대학생 여성이 자취방을 구하기 위해서 고려하는 부분 중 안정성에 대한 고려가 남성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 이것은 남성을 잠재적인 가해자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 문화적인 영향으로 여성은 더욱 안전한 집에 머물도록 교육받아왔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성별에 따른 공간의 분리는 상당히 비가시적인 악영향을 비추고 있음을 남성들은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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