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섹슈얼리티’는 오늘날 개방되어 있으며,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과 연결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자기정체성과 사회 규범이 일차적으로 연결되는 지점이며, 자아의 성형가능한 이면으로 기능한다."
앤서니 기든스가 하고자 했던 말은 무엇인가. 기든스가 주장한 섹슈얼리티는 조형적 섹슈얼리티로 재생산, 친족관계, 세대등이 통합되어 있던 관계로부터 끊어져 나온 섹슈얼리티를 의미한다. 조형적 섹슈얼리티는 영어로 plastic sexuality를 번역한 말이다. 이는 결국 언제든지 변형이 가능한 섹슈얼리티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 '로맨스' 장르의 소설이 브루주아 여성들을 통해서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을 땐, 그저 여성의 섹슈얼리티는 좋은 남성과 직결되는 사랑이었다. 남자 하나 잘 만나서 악녀, 비루했던 삶을 벗어나 개과천선하는 그런 이야기가 그 시대의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잘 표현한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지금 현대사회는 어떤 모습인가? 책의 초반에 나오는 말로는 오늘날 한 여자가 연인 관계에 들어가기 전에 여러 명의 연인을 갖는 것이 다반사라는 사실을 우리는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사회가 됐다. 과거에 존재했던 여성의 정숙함은 현대 사회로 들어오며 당연하지 않은 것이란 걸 알게된 것이다.
릴리언 러빈(Lilian Rubin)은 성적 편력을 통해서 오늘날 10대 소녀들이 자신의 성관계를 비롯한 성적 행동을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변화를 발견했다. 성적 행동이 더 이상 관습적으로 처음과 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성경험을 낭만화 하는 것이다. 이전의 세대는 성적인 것에 대해 순진한 척 하는 것이 관습이자 관행이었지만, 이러한 관습과 관행이 역적된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소년들을 어떻게 생각할까? 대부분의 소년들은 여자친구가 많은 남자를 선망의 대상으로 생각했지만, 여자 쪽의 남성 편력을 비난했다고 한다. 소년들은 여전히 순진함을 원했던 것이다. 오늘날 남성들은 성적 행동에 대해 변화된 의식을 학습했지만, 그로 인한 결과는 거부하거나 신결질적인 반응을 유지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아직도 남성들에게 사랑은, 표면상으로는 열정적 사랑에 더 가까운 것으로 남아 있다. 아직 남성들에게 사랑은 자신으 의지가 작용하는 영역으로 만드는 과정이며, 그 영향을 대다수의 여성에게 향하고 있음을 우리는 인지해야 할 것이다. 물론 책에서는 프로이트의 이론에 따라서 남자들은 어머니로부터 배제되는 어린 시절의 영향으로 친밀성의 영역으로부터 자신을 대체로 배제시킨다고 말하지만, 나는 프로이트의 이론을 대부분 신뢰하지는 않는다. 기든스가 말했듯이 조형적 섹슈얼리티로 세상은 변화했다. 그렇다면 어린 시절에 친밀성으로부터 자신을 배제시켜온 경험은 커서도 계속 유지가 되는 것인가? 그렇다면 살아오면서 받는 사회적 지위, 경제적 상황, 인간관계는 그들의 친밀성 혹은 섹슈얼리티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인가?
책에서도 말하지만 남성들이 여성에게 원했던 것은 여성들이 이미 부분적으로 성취한 감정적 의존이라고 한다. 나는 이 대목을 이렇게 해석하고 싶다.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원하는' 것이 아닌, 남성에게 '필요한' 것이 친밀성의 영역이다. 아직 전통적인 관습과 더불어 여성과 남성의 관계는 정복과 착취가 남아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10대, 20대 청년들은 어렸을 때부터 평등에 대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받아 오지만, 한국 사회에서 남성이 해야 할 행동,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해야 할 행동은 정해져 있다는 것을 교육받는다. 우리는 이러한 사고를 비판하고 새롭게 성찰할 필요성을 느낀다.
결과적으로 기든스는 이 책에서 낭만적, 열정적, 합류적 사랑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만 깊게 다루지는 않았다. 물론 동성애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내가 이해하기에는 아직 어려운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에서 관심있게 본 주제는 조형적 섹슈얼리티와 친밀성의 관계, 그리고 한국 사회에 빗대어 생각했을 때의 남성과 여성의 사랑에 대한 관계에 대해 집중해서 읽었을 때 상당히 재밌게 느껴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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